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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국민연금 의존도 갈수록 높아진다

2021-10-19

국민연금만으로 노인 빈곤 막을 수 없어…노후 대비 위해 사적 연금 보강해야


얼마 전 필자는 해외 주요국의 연금 준비 현황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 강제적 연금(법으로 의무화돼 있는 공적 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은퇴 전 소득을 얼마나 대체하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덴마크의 경우 평균소득의 50%를 버는 저소득자의 소득 대체율이 123.4%에 달한다. 은퇴 전에 일해서 받은 소득이 100만원인데, 은퇴하면 일하지 않고 연금으로 123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개인연금 가입률도 높다. 아이슬란드는 강제적 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69.0%로 매우 높은 수준임에도 개인연금 가입률이 45.2%로 우리나라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심지어 네덜란드는 은퇴 전 소득과 은퇴 후 연금소득이 거의 동일한 96.9%인데도, 개인연금 가입률이 28.32%로 우리나라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만큼 공적과 사적으로 노후 대비가 잘돼 있는 것이다(시사저널 1661호 기사 참조).

 


노인 빈곤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공적 연금만큼이나 사적 연금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은 노인 기초연금 지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연합뉴스


시간 흐를수록 국민연금 수준은 낮아져

이번에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연금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따른 시사점을 도출해 보려 한다. 통계청은 관련 조사를 2년 주기로 진행하고 있는데, 노후 준비 방법에 대한 서베이는 2007년부터 2019년까지의 자료다. 12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반면, 사적 연금 등 개인이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수급 수준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줄어드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적 연금, 즉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을 보다 보강하고, 이를 통한 노후 연금 준비의 개선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이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적립금은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사적 연금 중 개인연금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연금별 자산 구성에 따른 차이로 인해 적립금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법으로 강제돼 꾸준히 납입해야 하는 반면, 개인연금은 자발적인 영역으로 매년 납입액의 꾸준한 증가가 동반되지 않은 것이 그 원인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개인연금의 세부적인 적립금 현황은 어떨까. 세제적격 연금인 연금저축계좌의 적립금 수준으로 보면, 보험이 압도적이다. 은행권의 연금저축신탁이 2017년 말로 판매 중지된 영향도 있지만, 개인연금 가입 경로의 79%가 보험설계사(2015년 보험연구원 조사)이기에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최근 추이를 보면 보험 대비 펀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아마도 최근의 주가 상승과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 투자형 상품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는 비단 개인연금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모든 연금에서 일어나는 공통적 현상이다.

결국 연금계좌에 편입되는 금융상품들의 수익률이 중요하다. 보험연구원의 연금 관련 과거 자료(2015년)에 따르면 ‘현재 가입한 개인연금 불만족 이유’ 1위가 수익률이 낮아서이고, 2위가 ‘예상보다 연금액이 적을 것 같아서’이다. 첫 번째 이유가 두 번째 이유의 원인 중 하나이므로 사실상 같은 이유라 볼 수 있다. 연금저축계좌의 업권별 수익률 추이를 보면 수익률의 차이가 보다 명확해진다. 최근 2년간 연금저축펀드의 수익률과 생보, 손보, 신탁의 수익률은 현저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연금저축펀드의 경우 수익률이 17%대를 기록했지만 생보나 손보, 신탁의 경우 수익률이 1%대에 머물고 있다.

 



은퇴 준비, 자산 규모와 효율성 중요

우리나라의 연금자산에서 국민연금은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도가 정비된 이후 퇴직연금 시장도 꾸준히 증가하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연금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은퇴 이후 소득 대체율은 39.3%에 불과하다. 은퇴 전에 100만원을 벌었다면 은퇴 후에 39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는 의미다. 80~90%에 달하는 덴마크나 네덜란드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OECD 평균 52.9%와도 큰 차이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게 자산 규모와 효율성, 이 두 가지로 구분해 준비해야 한다. 첫째, 다른 연금자산 대비 개인연금의 적립금 비중이 꾸준히 유지 또는 증가돼야 한다. OECD 자료에서 확인되는 나라 기준으로 개인연금의 평균 가입률은 약 24%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강제적 사적 연금으로 법에 의무화된 퇴직연금 가입률도 다른 나라는 40~50%로 우리나라(17%)보다 높다.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둘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장기투자 기반으로 위험은 낮추면서 주식 비중을 꾸준히 늘리는 반면, 개인연금의 운용자산에서 주식의 비중은 여전히 매우 낮은 편이다. 실제로 2020년 연금저축펀드 적립액이 전년 대비 30%나 증가했지만 연금저축 전체 금액(151.7조원) 중에서 18.9조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이 30%를 상회하는 점을 감안해도 갈 길이 아직 멀다.

이런 문제를 감안할 때 개인연금의 안정적인 납입과 주식 비중 확대를 통해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노후 자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이는 단순히 필자의 의견이 아니라 연금 시장 전반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