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3
◆ 2022 고수의 투자전략 /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
"연금 투자는 경기순환을 타는 투자가 아닙니다. 경기순환을 넘어서는 투자입니다. 투자 기간이 초장기이기 때문에 단기 수익률이 아닌 장기 수익률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연초 주식 시장이 어렵다. 연금개미들도 울상이다. 연금개미는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로 운용하는 개인투자자를 가리킨다. 작년까지 거둔 수익을 연초에 다 반납한 연금개미도 많다. 긴축,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 시장 불안 요인이 많은데 최근 지정학적 위험요소까지 겹쳐 연금 계좌 수익률 역시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는 연금 투자에 있어 원칙을 강조했다. 배 대표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지낸 경제·금융 전문가로 2019년 6월부터 연금자산 관리 솔루션 핀테크 업체인 웰스가이드를 이끌고 있다.
배 대표는 "올해 본인의 연금 포트폴리오를 주식 6, 채권 3, 현금 1로 가져가기로 했다면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산군별 비중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며 "주가가 떨어지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장기 적립식 투자에서 흔히 얘기하는 '달러코스트애버리징(DCA)'은 주식형 펀드의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국내외 시장이 어렵지만 연초 연금 투자자들의 타깃데이트펀드(TDF) 신규 유입은 계속되고 있다. TDF는 생애주기, 은퇴시점에 따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상품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배 대표는 "TDF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적절히 배분하는 펀드 중 하나로 장기 투자에 매우 적합한 상품"이라고 평가하며 "목표시점이 다가올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축소시켜 자동으로 위험관리를 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자산군을 편입할 수 있고 전 세계 분산투자가 가능하며 목표시점에 맞춰 자동으로 리밸런싱(재조정)을 해주므로 매우 편리하다"면서 "시황에 따라 자산 배분을 달리할 수 없다는 점이 TDF의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이게 오히려 연금 투자에 적합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연초 연금 계좌에서 손실이 불어나고 있는 것은 펀드이지만 개별 종목 특성을 함께 가진 ETF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ETF는 실시간 매매가 가능해 펀드와 달리 매매가 자주 발생한다.
배 대표는 "중요한 것은 ETF에 투자할 때도 TDF의 기본적인 투자전략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목표시점이 다가올수록 일정하게 위험자산에 해당하는 ETF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ETF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미국처럼 한국에서도 연금 부자, 연금 백만장자가 나오려면 퇴직연금 계좌에 혜택을 몰아주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우리나라 연금의 근본적인 문제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낮은 소득대체율에 있다"며 "가입자 추가 납입 인센티브 강화, 사업자 매칭 활성화 등을 통해 퇴직연금을 앵커연금으로 육성하고 자본 시장과 동반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종 세제 혜택을 몰아줘 퇴직연금 계좌가 노후자산 축적을 위한 기본 재테크 도구가 되도록 만들자는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