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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샌드박스 지정 18곳, 출시는 0건…'AI 재무상담' 새정부에서 빛볼까 머니투데이

2025-06-23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돕겠다는 정부의 공약에 AI(인공지능) 기반 재무상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규제 정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지정한 18개 'AI 재무상담' 관련 샌드박스 업체 중 서비스를 정식 출시한 곳은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23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생성형 AI를 국민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두의 AI'와 함께 청년층이 자산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모두를 위한 재무상담'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핀테크 업계는 마이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성형 AI가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AI 재무상담'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미 여러 핀테크들이 대화형 AI로 개인의 재무 상태를 분석하고 설계를 돕는 서비스를 활발히 개발 중이다.

기자가 직접 핀테크 '웰스가이드'의 'PFAI 에이전트'를 체험해 봤다. 전세대출 1억원, 평균 수준의 월소득, 청년형 저축상품 등을 보유한 가상의 청년을 설정하고 '내집마련을 설계해달라'고 요청하자 7~8년에 걸친 로드맵을 제시했다. 대환대출·고금리 적금부터 향후 DSR 한도까지 단계적으로 안내하는 상담 결과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처럼 고도화된 서비스를 정작 소비자들은 제대로 접할 수 없다. 금융사가 내부 시스템을 외부 인터넷망과 물리적으로 분리(망분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9월부터 금융위원회가 일부 업체에 망분리 예외를 허용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지만 이 또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재 특례제도는 금융회사가 직접 AI 시스템을 구축·운용하는 IaaS(인프라형 서비스) 방식만 허용한다. 금융사가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한 뒤 AI 모델을 직접 적용하고, 보안과 내부통제 시스템까지 모두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인력·비용·시간 부담이 크고 기술 진입장벽도 높다.

결국 지금까지 지정된 18개 'AI 재무상담' 관련 특례 업체 가운데 서비스를 정식 출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웰스가이드도 현재 iM뱅크·교보증권 등과 IaaS 방식에 한해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인 단계다. 업계는 당초 샌드박스 특례가 IaaS 방식에 한정된다는 명확한 사전 안내가 부족했던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교착상태를 넘어서려면 전문 핀테크가 개발한 금융 AI 솔루션을 금융기관이 그대로 클라우드로 연동하는 SaaS(소프트웨어형 서비스)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aaS는 별도 서버 구축 없이 솔루션을 API 형태로 연동해 쓰는 방식으로 비용, 시간은 물론 기술 진입장벽도 낮출 수 있다.

SaaS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마친 핀테크들도 있다. 금융당국은 SaaS가 IaaS보다 보안에 취약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업계는 정보보호 인증 등 금융보안원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안 요건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전용 클라우드(VPC)를 구축하거나 민감 정보를 비식별·암호화하는 보안성을 갖췄다.

무엇보다 금융회사 고객들이 AI 재무상담을 이용하면 관련 업계가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면서 AI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발생한다. 핀테크뿐 아니라 특화모델을 개발하는 AI 스타트업과 클라우드 인프라·보안까지 연쇄적으로 산업 생태계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는 "SaaS 방식이 허용되고 정책적 유연성이 확보된다면 더 많은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과의 협력이 가능하다"라며 "청년층 금융 문해력을 높이고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새 정부가 기술과 제도를 함께 조율한다면 규제에 막힌 혁신 서비스들이 세상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